[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한주 남은 상호관세를 앞두고 한국이 제외 대상 국가가 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한국 조선업에 대한 기대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제적 대미 투자가 발표되면서 긍정적 시그널을 예측하는 관측이 높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등 정책 추진이 거듭된 번복과 혼란에 따른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기업들의 비관적 전망이 반등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 신뢰와 정치적 리더십 회복이 우선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6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4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전망은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85.6으로 조사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호관세 앞두고 4월 전망↓
26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4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전망은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85.6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4월2일 미국의 상호관세를 앞두고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입니다. 해당 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한 뒤 이달 첫 상승(1.4포인트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4년 12월) 기준값(100)으로 여전히 비관적 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 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91.9로 전월(전월에 조사한 해당 월 전망치 기준)에 비해 1.8포인트 올랐습니다. 하지만 내달 전망은 89.9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한 수준으로 업황(-0.4포인트), 생산(-0.2포인트), 신규수주(-0.2포인트, 자금사정(-0.4포인트)을 안 좋게 보고 있습니다.
비제조업의 경우 3월 중 82.9로 전월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했으나 4월 전망은 전월에 조사한 해당 월 전망치 기준보다 3.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주요 하락 요인은 업황(-0.3포인트), 매출(-0.3포인트), 채산성(-1.4포인트), 자금사정(-1.4포인트) 등을 꼽고 있습니다.
특히 4월 제조업 업황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기준치보다 크게 낮은 67로 전월과 비교해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비제조업 업황 전망에서는 64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혜영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상호관세의 영향은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다음 달 전망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10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극복, 신뢰·회복 우선해야"
현재 상호관세를 둘러싼 전망은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캐나다, 인도 등 '더티(dirty) 15개국'으로 거론되는 국가 중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수출 지역 담당관 회의를 통해 "미국 신정부가 지난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도 예정돼 있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방미를 통해 상호관세를 비롯한 미국의 무역 관련 조치 계획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앞으로 관세·비관세 관련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더욱이 외신에 따르면 상호관세가 강화책보단 완화된 형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4월2일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민감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이 제외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상호관세 한 주를 남기고 선제적으로 약속한 데다, 조선업 러브콜 등 한·미 간 방위산업 협력을 고려할 경우 제외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된 정책 번복과 혼란에 따른 불확실성은 경계해야할 부분으로 지목됩니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정책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인 관세는 아직 초기 단계로 많은 관세가 아직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4월 초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자들이 관세 정책에 대한 명확성을 얻기는 어려울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예상보다 양호했던 1월 '구인건수'와 2월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는 관세·정부인력 감축 영향이 나타나기 전까지 경제가 안정적이었음을 시사했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도현 소장은 "관세는 기업 마진을 줄여 고용을 둔화시키고 공무원 감축도 민간 고용에 파급 효과를 미칠 소지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짐에 따라 민간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저성장·인구위기, AI와 로봇의 확산,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세계공급망 재편 등 전환기적 4대 위기를 지목하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형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정점을 찍고 중견국가에 정체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1987년 정치사회적 위기와 1997년 경제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노사정 등 사회지도자들이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고 국력을 결집했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노사정 신뢰와 정치적 리더십 회복이 우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2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 촉구 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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