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2명만 당적 유지…비참한 말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대선 앞 윤석열 '탈당 기로'
2025-05-15 17:21:27 2025-05-15 17:32:3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1987년 민주화 이후 총 8명의 대통령이 직선제로 배출됐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늘 비참했습니다. 대부분 임기 말이 되면 자신이 당선된 당에서 당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건데요.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두가 '임기 중 탈당'이라는 역사를 반복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씨 역시 조기 대선을 앞두고 탈당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이러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제를 수술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선 앞둔 임기 말 '잔혹사'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임기 마지막 해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내려놨습니다. 
 
비극의 시작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9월 민주자유당 명예총재직을 내려놓으며 탈당했습니다. 그의 탈당에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미래 권력인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와의 갈등입니다. 
 
김영삼 당시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추구했고, 그의 사돈 기업인 SK의 이동통신사업 허가 특혜 의혹을 꺼내들며 정치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당시는 퇴임 5개월 전이었습니다. 
 
비극의 첫 시작은 바로 다음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한보 사태와 아들 김현철씨, 그리고 당 실세들의 잇따른 구속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검찰이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유보하면서 차기 권력으로 거론되던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퇴임을 3개월 앞둔 1997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기 권력에 밀려 탈당계를 제출했습니다. 역사가 반복되기 시작한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5월, 퇴임을 9개월 앞두고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당 내 차기 주자에게 활로를 터주기 위해 자진 탈당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정적 배경은 이른바 '홍삼트리오'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홍삼트리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을 지칭하는 당시의 신조어로, 이들의 비리 문제가 탈당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 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번의 탈당을 했습니다. 취임 7개월 만인 2003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직후인 2004년 5월 열린민주당에 입당했고, 2007년 탈당해 무당적으로 남은 임기 1년을 보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당에는 임기 말 레임덕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임기 중 탈당이라는 반복된 역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끊기는 듯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정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당적을 유지했고,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당적을 유지한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탈당한 첫 대통령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탄핵에 찬성하던 친이(친이명박)계가 대거 탈당하면서 함께 탈당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탈당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진 탈당'을 요구받았지만, 끝내 당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당이 윤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탈당을 권유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제 출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결국 민주화 이후 퇴임을 앞두고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은 탈당의 기로에 선 윤석열씨를 제외하면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일한 셈인데요. 결과적으로 뒤늦게 탈당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당적을 유지 중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한 분산이 책임 분산으로…비극 막을 길"
 
민주화를 통한 직선제로 8명의 대통령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됐지만, 전통처럼 자리 잡은 전직 대통령의 탈당 반복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6공화국 헌법은 기존 헌법보다 기본권을 강화하면서도 통치권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우리 헌법은 130개 조항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20개 조항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 및 비준권 △국군통수권 △법률안 제출권·거부권 △행정입법권 △예산안 제출권 △국무총리·국무위원 임명 및 해임권 △공무원 임면권 △사면·감형·복권 △개헌 발의권 등의 권한을 가집니다. 여기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권까지 가지고 있어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헌법이 장기 독재를 막았지만 막강한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인데요. 대통령에 대한 권한이 집중된 만큼 책임의 강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반복되는 탈당의 역사가 발생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전통처럼 반복되는 탈당의 역사는,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에는 집중된 권한으로 인해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1인 중심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이나 행정부 등 책임 소재가 분산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며 "권력의 분립을 제도화해야만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은 물론 불행한 역사를 끊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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