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조 단위 릴레이 유증에 엇갈린 시선
포스코·한화에어로·삼성SDI, 올해 대규모 유증
주가에 부정적…3사 유증 후 일제히 주가 하락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성공한 유증 사례 될까
2025-05-15 16:23:41 2025-05-15 16:29:39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유증을 통해 새로운 주식이 발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기업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통상적으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한 바 있습니다. 반면 3사의 이번 유증이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자금 출자와 함께, 적극적인 미래 사업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남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전경.(사진=뉴시스)
 
올해 포스코그룹과 한화에어로, 삼성SDI는 조 단위 대규모 유증을 단행했습니다. 각사는 유증 목적이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2차전지소재, 우주·방산, 전기차 배터리 등 각사 핵심 신사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각사는 지주사 또는 주요 계열사를 통해 자본을 직접 투입했습니다.
 
"미래 산업에 선제적 투자 위해"
 
앞선 13일, 포스코그룹 내 2차전지소재 3사(포스코퓨처엠·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총 1조569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4000억원,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가 690억원입니다. 여기에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총 9226억원을 출자했습니다. 포스코 측은 이번 자금 조달 목적으로 캐나다 양극재 공장 건설과 포항 및 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국내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 등을 들었습니다.
 
이에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3월20일,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증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금은 해외 방산 투자(1조6000억원), 국내 방산(9000억원), 조선 부문(8000억원), 무인기 엔진 개발(3000억원)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유증이 경영권 승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당국의 정정신고서 요구에 따라 지난달 8일 유증 규모를 2조3000억 원으로 축소했습니다. 줄어든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납입을 마쳤습니다.
 
삼성SDI는 한화에어로보다 1주일 가량 앞선 지난 3월14일, 약 2조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했습니다. 조달된 자금은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증설,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삼성SDI는 이번 유증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 성장에 대비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전자가 334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히며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SDI 본사 기흥사업장 전경.(사진=삼성SDI)
 
본질적으로는 주주에 부정적 이슈
 
통상적으로 유증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주당순이익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자금 조달 목적이 모호하거나 재무구조 개선처럼 수익 창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한 대규모 물량의 신주 발행은 주식 공급 증가로 이어져 주가에 부담이 됩니다. 아울러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자금난에 처해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유증은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본질적으로 유증은 주주에게는 부정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룹 내 가장 많은 규모의 유증을 단행한 포스코퓨처엠은 12일 종가 기준 12만3200원에서, 유증을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종가 기준 11만53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틀 새 약 6.4% 하락한 것입니다. 한화에어로 역시 유증을 발표한 직후인 21일 전날(72만2000원)보다 9만4000원 내린 62만8000원에 장을 마친 바 있습니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유증 직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오너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점이 논란이 되면서 주가가 13.02%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SDI도 유증 이후 당일 주가는 전날(20만400원)에 비해 6.18% 하락한 19만14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R&D 캠퍼스 전경.(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포스코·한화, 과거 유증 성공 사례
 
반면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포스코그룹과 한화에어로, 삼성SDI 모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함과 동시에 내부 자본을 통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인 점이 시장에서는 호평받고 있습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따져보니 유증 공시 이후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이른바 ‘성공한 유증’의 조건은 유증의 목적이 단순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생산능력 확대, 연구개발(R&D) 비용 확보 등 미래를 위한 투자이거나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라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 중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는 2020년 포스코퓨처엠과 2021년 한화시스템입니다.
 
2020년 12월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은 약 1조2735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해 2차전지소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 자금은 양극재 및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사용됐고, 그 결과 주가는 유증 이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증 전인 2020년 12월 9만원대였던 주가는 이듬해 2월 장중 18만4500원까지 뛰는 등 ‘성공한 유증’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한화시스템의 유증 평가는 조금 엇갈리긴 하지만 나름 성공한 유증으로 평가받습니다. 2021년 6월 한화시스템은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단행, 해당 자금은 저궤도 위성통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됐습니다. 주주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유상증자 직후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2021년 3월 1만9000원에서 2025년 3월 3만6850원으로 약 94% 상승했습니다. 다만 일부 신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하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상증자 성공사례는 올해 포스코와 한화에어로, 삼성SDI의 유증 상황과 비슷합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국내 대기업 3곳의 유상증자는 사업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이전 성공사례와 비슷하다”며 “향후 이들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봐야하겠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