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한·메리츠·하나·키움, 발행어음 '막차 경쟁'
5개사 실무 준비 돌입…TF·회의체 가동 중
심사 변수는 통제 역량과 금감원장의 판단
2025-05-19 15:58:54 2025-05-20 08:12:1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발행어음 시장 진입을 노리는 증권사들이 하반기 '막차'를 타기 위해 일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039490)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5곳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3분기 중 신청을 받아 연내 인가 여부를 확정할 계획입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에서 대주주의 제재 이력, 최소 2년 이상 유사사업 경험,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 등 정성평가 항목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발행어음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신청을 마치는 편이 유리하다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했어도 실제 승인 여부는 각 사의 준비 수준과 과거 리스크 이력,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 등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후보 명단에 오른 증권사들은 단순한 요건 충족을 넘어서 실질적 통제 역량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과거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신용공여 위반으로 기관주의 제재를 받은 전력이 약점입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최근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시장에선 대주주 적격성 부담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는 태스크포스(TF) 구성 없이 내부 스터디 형태로 검토 중입니다. 
 
신한투자증권도 내부통제 이슈를 겪은 곳입니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계기로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조직 전반의 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별도의 TF 없이 회의체 중심으로 실무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처음부터 통제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거래로 구설에 올랐지만 위험성 있는 딜을 모두 정리한 뒤 주식자본시장(ECM)·채권자본시장(DCM)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발행어음 인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체계도 새롭게 손질해 위험 재발 가능성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기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생(PF) 의존을 넘어서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증권의 경우도 유사한 리스크를 경험했습니다. 과거 랩어카운트와 신탁계좌 운용 과정에서 채권 돌려막기 논란이 불거져 기관경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지점 단위 교육 강화와 내부통제 담당자 운영 등을 통해 사후 대응에 주력했습니다. TF는 구성하지 않았으나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실무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 역시 일부 파생거래 부문의 우려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이 한동안 지연된 바 있습니다. 이후 감사·리스크 조직을 중심으로 내부 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내부책무구조 등 책임운용 기준도 조기에 마련해 대응 역량을 끌어올렸습니다. 회사측은 "TF는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운영했으며 규정 기반의 리스크 점검과 실무 대응 체계도 함께 구축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사들이 동시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준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히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금융감독원장 교체가 예정된 상황이라 심사 기준의 방향성에 더욱 민감해졌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건을 충족해도 누가 금감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기준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행어음은 대형 증권사에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하는 구조로 자격 요건을 갖춘 곳이라면 진입을 희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당국이 조달 수단을 허용하는 대신 벤처·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요구하는 건 일종의 역할 부여이자 책임의 교환이며 실제로 통제가 작동하는지가 인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중 신청을 받고연내 사업자 지정을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가는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니라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책임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3월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4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및 금융투자협회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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