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기승 CSL 시퀴러스코리아 대표,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최민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23일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CSL 시퀴러스코리아)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CSL시퀴러스코리아(이하 시퀴러스)가 두 종류의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6개월 이상 소아부터 성인까지 접종 대상을 넓히고, 면역증강제를 적용한 고면역원성 백신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장기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시퀴러스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세포배양 백신 '플루셀박스'와 면역증강 백신 '플루아드'의 효과, 경제성을 알리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각각의 백신 연구 데이터 발표는 노지윤·최민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플루셀박스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작년 8월 허가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2세 이상 소아 및 청소년에게 접종하도록 허가됐는데, 지난 4일 허가변경을 통해 접종 대상이 6개월 이상 소아로 확대됐습니다. 시퀴러스는 올해 6개월 이상 소아 접종도 가능할 것으로 점쳤습니다.
노 교수는 기존 백신과 플루셀박스의 임상적 가치를 비교했습니다. 노 교수가 짚은 플루셀박스 핵심 가치는 백신과 유행 바이러스 간 균주 불일치 해결입니다. 통상 인플루엔자 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경우 달걀에서 배양된 바이러스가 실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다른 형태로 변이하는 계란 적응 변이(egg adaptation)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란 적응 변이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떨어뜨립니다.
유정란 배양 백신과 달리 플루셀박스는 세포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사용해 시드 백신주를 만들고 포유류 세포에서 백신주를 증식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백신주의 항원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구현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6개월 이상 소아부터 64세 성인까지 10만6779명을 묶어 발표한 실사용 근거(RWE)를 보면 2023~2024년 인플루엔자 절기 플루셀박스는 표준 유정란 배양 백신 대비 19.8%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습니다.
노 교수는 "백신 바이러스주와 유행 바이러스주 간의 미스 매치가 일어나서 바이러스의 항원성 변화가 생기면 백신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 있는데, 미스 매치의 원인 중 하나는 유정란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란 적응 변이"라며 "세포 배양 백신은 계란 적응 변이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루아드는 면역증강제 'MF59'가 포함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2022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따냈습니다. 접종 대상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입니다.
고령층은 백신을 맞더라도 면역 기능이 저하돼 충분한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면역증강제는 백신의 항원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물질입니다. 시퀴러스는 면역증강제를 탑재해 고령층의 플루아드 접종 효과가 최대 1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면역증강제가 늘린 플루아드 효과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백신의 비용 효과성을 분석할 때 쓰이는 지표는 삶의 질 보정 생존 연수(QALY) 1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비용은 국가별 국내총생산(GDP)을 토대로 산정합니다.
최 교수는 "비용 효과성 분석 결과 플루아드는 1QALY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약 2200달러로 국내 1인당 GDP 기준을 고려할 때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 재정뿐 아니라 간병비, 교통비, 생산성 손실 등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분석하는 사회적 관점에서는 플루아드의 예방 효과로 줄어드는 부담이 더 커지면서 백신 비용보다 효과가 우수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습니다.
시퀴러스는 플루셀박스와 플루아드 국내 공급을 책임질
삼진제약(005500)과 활동 폭을 키울 방침입니다. 시퀴러스는 지난 17일 삼진제약과 국내 공급을 위한 전략적 판매 제휴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유기승 대표는 "그간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던 인플루엔자 예방 분야에 보다 차별화된 선택지를 제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삼진제약과의 전략적 판매 제휴를 통해 보다 넓은 유통망과 접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이 혁신적인 인플루엔자 백신의 혜택을 투릴 수 있도록 의료진, 연구진, 보건당국과의 긴밀한 협업 아래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