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로 입지를 굳힌 K-조선이 세계 무대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각국이 조선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인구 대국이자 경제 성장률이 높으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글로벌사우스’가 미국의 뒤를 잇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베트남조선 야드 모습.(사진=HD현대)
13일 업계에 따르면 K-조선은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변화를 통해 미국 시장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며 “조선업 현대화를 원하는 국가들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조선산업은 실업난 해소 등 고용 창출을 비롯해 생산유발효과 등 부가가치가 높지만,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해 인건비 부담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고서는 조선업에 제대로 투자할 시기를 놓친 국가들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주요 공략 시장으로는 ‘글로벌사우스’가 거론됩니다. 남반구 및 저위도 지역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글로벌사우스는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부상했습니다.
먼저 인도가 대표적입니다. 인도 정부는 올해 초 ‘해양발전펀드’ 약 2500억루피(4조원)를 조성, 조선업 발전과 해양 장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인도 정부 및 주요 조선소와 기술·설계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미 국가들과의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HD현대는 페루와 협력을 맺고 남미에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HD현대 관계자는 “페루 조선소를 한국처럼 재건해주는 대신 군함 등의 발주를 한국이 먼저 하도록 우선협상대상자로 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선박 건조만 페루에서 할 뿐 기자재 등 전부 한국산이어서 매출은 우리에게 잡히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브라질을 거점으로 남미 영토 확장에 나섰습니다. 한화오션은 리우데자니에루주 니테로이에 현지 조선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현재 브라질 국영 원유 회사 페트로브라스 입찰에도 참여 중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진출했다 실패했던 동남아 시장 확대도 추진될 전망입니다. HD현대는 동남아 선박 건조 핵심 거점인 베트남과 협력을 확대합니다. 전날 베트남 당서기장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은 베트남 최대 국영 해운사인 베트남해양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조선업 발전 촉진 △VIMC 선대 확충 및 현대화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HD현대는 1996년 베트남 국영 공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HD현대베트남조선을 설립했습니다. 국내 조선사의 첫 해외 진출 사업장이자 유일한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HD현대베트남조선은 대규모 시설을 갖춘 동남아 최대 조선소로 자리매김한 바 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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