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신태현 기자]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취재 결과, 국내 상위 제약사들 중 일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한 경우를 제외하면 AI 전담 부서 등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낮은 활용도도 개선할 문제로 지목됩니다.
AI 신약 개발 못 하나 안 하나
<뉴스토마토>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에 AI 신약 개발 현황을 물었습니다. “공개할 수준이 아니다”며 답변을 고사한 기업들이 더 많았습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유한양행은 앞서 상표권 ‘Yu-NIVUS(유-니버스)’를 출원했습니다. 내년에는 전담 조직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종근당은 AI를 후보물질 도출에 활용하고 있고, 스마트 팩토리 등 의약품 생산 현장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상위 제약기업들이 저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글로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국내 한 제약사의 생산 공정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JW중외제약은 지난 2024년부터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통합 플랫폼 ‘JWave’를 가동해 왔습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발견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 기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는 산·학·연·병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GC녹십자에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AI를 활용한 mRNA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회사는 mRNA 분야에서 서열 설계, 전달체, 발현 효율 최적화를 다루는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아ST는 타겟 발굴, 후보물질 스크리닝, 약물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등 예측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AI 신약 개발 모델이 구축된 상태는 아닙니다. 보령은 향후 후보물질 탐색 등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추진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K-제약바이오, AI 활성화 아직 멀었다”
“한마디로 수준이 낮다. 실력보다 여건의 차이다.” 김화종 K-MELLODDY 사업단장의 말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AI 신약 개발 단계를 묻자 돌아온 대답으로, 김 단장은 “당장 우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영원히 쫓아갈 수 없다”며 “해외와의 격차를 뛰어넘을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제약 기업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는 AI 플랫폼 개발사의 진단은 더 냉정합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AI 신약 개발에 사실상 마케팅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관심은 많지만 전문 인력 채용 등의 노력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스타트업 규모에서 더 유의미한 성과가 관찰된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제약사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신약 개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고 데이터 플랫폼 활용과 사용 절차도 복잡한 실정”이라며 “민감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데이터 공유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I 모델을 이해하는 연구자와 신약 개발 도메인 지식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력 부족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제약사들에게 열린 자세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을 조언합니다. 그는 “내부적으로 AI를 이해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키우는 한편,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외부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협업도 병행하는 등 내부 역량과 외부 협업을 결합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도 AI 신약 개발 한창인데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 마켓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평균 40.2%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오는 2028년 48억936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화이자, 얀센, 로슈, 바이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식으로 AI 신약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일라이릴리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반 신약 개발 도구를 개발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AI 개발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AI 신약 개발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마크 혼 머크 중국 사장은 1월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중국이 내년 초 완전 AI 설계 의약품을 승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석차옥 대표는 “신약 개발은 다학제 융합 분야로 여러 단계에 AI가 도입되고 있고,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단백질 설계 분야는 과거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알파폴드 이후 큰 전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기술을 실제 신약 개발에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업계의 역할”이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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