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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업권이 대손충당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가 실적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작용하면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올해 실적 흑자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저축은행중앙회.(사진=저축은행중앙회)
2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업권 당기순손실은 3974억원이다. 전년 말 5758억원 대비 1784억원 줄었으나 여전히 40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이자이익은 전년 말 대비 증가했다. 5조4587억원으로 전년 말 5조3989억원 대비 598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자비용도 아꼈다. 지난해 저축업권은 이자비용으로 4조1372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1조2136억원 줄어든 규모임에도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저축은행업권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의 연간실적도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새마을금고는 1조73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조2019억원의 순손실에 이어 확대된 규모다. 특히 전년 말 흑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실적 차가 크다. 지난 2023년 당기순이익은 860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 대비 줄어들기는 했으나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새마을금고뿐만 아니라 신협을 비롯 상호금융조합업권(신협, 농협, 수협, 산림)도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9826억원 감소하면서 당기순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처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의 실적이 감소하는 것은 대손충당금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조7101억원이다. 관련 여신의 평균 3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황이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대손상각비와 미사용약정충당금 전입액에서 대손충당금 환입액을 제한 규모다.
저축은행업권의 실적도 대손충당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수신금리가 낮아져 이자비용이 줄어들었음에도 대손충당금 탓에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충당금 적립 전 분기 실적은 순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주문해 적자가 유지됐다.
새마을금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새마을금고는 연간 1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새로 제시하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새마을금고 누적 대손충당금 적립금은 지난 2020년 말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영업에 의한 적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로 보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실적에는 대손충당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부동산 경기회복 '관건'
저축은행 업권과 새마을금고가 매년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것은 건전성 악화 때문이다. 적극적인 상·매각을 진행했음에도 지난해 말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 대비 1.97% 상승했다. 특히 기업대출이 연체율 악화의 주원인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전년 말 대비 4.79%p 올랐다.
새마을금고 연체율도 올랐다.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6.81%로 전년 말 5.07%에 비해 상승했으며 상호금융업권의 평균 연체율도 1.57%p 악화됐다.
새마을금고는 오는 7월 새마을금고자산관리회사 설립을 통해 부실채권 매입, 추심, 매각을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대부업법 적용을 받지 않아 출자 부담이 적고, 자회사 형태로 설립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채권 회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입·추심 채널도 일원화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연내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며 부실자산 정리와 중소형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사후관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업권의 실적 개선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달려 있다.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매각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인 부동산 침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실적 반등은 어렵다. 저축은행 업권의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여신은 약 13억원으로, 2022년 말 26억원에서 절반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기업 여신 의존도가 높아 대형사 대비 회복이 더디다.
특히 지난 2월 말 기준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 리스트 369개 중 128개가 저축은행 업권의 매물이며, 새마을금고의 매물은 93개에 달했다. 신협에 해당되는 사업장도 20곳이나 된다. 저축은행업권과 새마을금고, 신협의 매물을 합치면 241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KB부동산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의 주택 시장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했으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가격이 하락했다.
비수도권 청약 경쟁률도 충청권과 전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 시·도 청약 경쟁률은 5대1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청약 경쟁률이 102대1을 기록한 것과는 다르다. 미분양 부담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5만3176호로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76%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업권이 매각을 위해 매물을 내놓더라도 수요가 적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부동산 시장의 상승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아 현재 수준 이상의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도 있으나, 부동산 매각 속도에 따라 흑자 여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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