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HMM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호재에 주가도 급등했으나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공개매수 경쟁률이 높아 보유 주식 일부만 고가에 넘길 경우 남는 게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조건은 나아졌습니다. 또 자사주 소각 이벤트로 발행주식의 8%가 사라질 경우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변함없어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사진=뉴시스)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주주가 참여?
28일 한국거래소에서 HMM은 50원 하락한 2만1850원에 정규장을 마쳤습니다. HMM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밝힌 후 9영업일째 약세입니다.
HMM은 지난 14일 약 8180만주의 자사주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HMM의 발행주식은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10억주 이상으로 급증했으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전체 발행주식의 7.98%로 총 2조원 넘게 투입되는 상당한 규모의 주주환원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6200원으로 공시 전일 2만2500원보다 16.4% 높습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자 주가도 즉시 반응해 14일 2만4750원으로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공시 다음날부터는 줄곧 하락세입니다. 27일엔 2만2000원도 깨졌습니다. 이는 HMM이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전보다도 낮은 가격대입니다.
이같은 약세 전환의 배경은 공개매수 조건 때문입니다. HMM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전체 발행주식의 7.98%로 제한했습니다. 이보다 많은 주식이 공개매수 청약에 몰릴 경우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청약경쟁률에 따라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보유주식 전량을 청약 신청해도 이에 응한 주식이 많을 경우 신청 주식의 일부만 공개매수가 2만6200원에 넘길 수 있습니다.
만약 공개매수가 최대주주 등이 상장폐지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었다면 당연히 최대주주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나머지 일반 주주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청약 신청 수량을 대부분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개매수는 성격이 달라 대주주도 참여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HMM의 대주주는 36.02%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35.67% 주식을 가진 한국해양진흥공사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도 5.17%를 갖고 있습니다. HMM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정부 기관이 대주주가 된 경우입니다. 이들은 HMM의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 엑시트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번 공개매수에도 참여해 일부라도 보유 지분을 현금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들이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최악의 경우 전체 발행주식 대부분이 공개매수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0주를 가진 일반 주주가 전량을 공개매수로 넘겼는데 8주만 팔리는 결과도 각오해야 합니다. 이 경우 비싸게 판 8주보다 남은 92주의 미래가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자사주 소각 이벤트보다는 HMM의 업황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주가 하락, 이벤트 투자 성공확률 높여
다만, 주가가 다시 하락한 지금은 대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를 가정하더라도 투자 조건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대신증권의 공개매수 조건 분석 내용에 따르면, HMM을 2만2000원 이하 영역에서 매수한다면 그리고 공개매수 이벤트 후에도 주가가 2만2000원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설령 HMM 발행주식 전량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더라도 손실은 아닙니다.<표 참조> 또 2만1000원에 매수해 공개매수에 청약하고 이벤트 후에도 주가가 2만1000원을 유지하는 경우와, 2만3000원에 매수 및 청약 후 2만3000원을 유지해도 이익률이 낮을지언정 이익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수가격과 공개매수 후 주가가 얼마를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HMM의 주가는 2만2000원 미만이므로 매수 조건은 갖췄습니다. 이제 공개매수 후 주가가 2만2000원 이상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감안할 것은, 이번 공개매수로 8%에 달하는 주식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공개매수 조건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유불리로 갈리겠지만 전체 주식의 8%가 소각될 경우 1주의 가치가 그만큼 증가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공개매수에 신청할 경우 예상되는 각자의 손익과 상관없이 호재인 겁니다.
HMM은 2분기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2조622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벌크선 매출이 13.9%나 증가했지만 컨테이너 매출이 3.7% 감소해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습니다. 같은 시기 물동량이 2.7% 증가했음에도 운임 하락이 매출 감소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에 영업이익이 63.8%나 급감하며 컨센서스를 밑돌았습니다. 운임 하락과 비용 상승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하반기 전망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관세 이슈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7월엔 좀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신영증권은 미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수입물동량이 7월에는 소폭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롱비치항의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5월, 6월엔 각각 13.4%, 16.6% 감소했는데 7월엔 7.6%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운시황이 좋지는 않지만 HMM의 원가 경쟁력은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HMM 컨테이너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률(17%)이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의 이익률(6%)을 크게 앞섰다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2만9000원입니다. 이 분석 보고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공시 전에 나왔습니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식 감소분을 반영하면 목표가는 3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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