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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DB손해보험(005830)이 보험업계서 처음으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다음 발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본자본 기반의 지급여력(K-ICS) 제도 도입이 예고됨에 따라 확충 필요성은 매우 큰 상황이다. 다만 발행 요건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얽혀 있어 사실상 불가한 곳이 대다수다. 기본자본 확보가 필요한 중소형사는 물론 상위권 대형사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해약환급금준비금 탓에 대다수 발행 ‘불가’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보험사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자 지급을 위한 ‘재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이자 지급 재원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으로 한정된다. 배당 가능한 이익이 없다면 증권 발행이 어렵다. 배당가능이익은 보험사 자기자본 항목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해약환급금준비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실현이익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대다수 보험사는 배당가능이익이 없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 규모가 너무 크게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지난 2023년 IFRS17 국제회계 도입 당시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면서 기존의 원가부채(해약환급금)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 그 차액만큼 이익잉여금 내에 적립하도록 한 것이다.
IFRS17 전환 당시에는 금리가 높았던 상황이라 보험사 전반적으로 보험부채가 감소하고 자본이 늘었던 바 있다. 보험부채가 많이 감소한 보험사일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이 크게 반영됐다.
전환 이후로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한 영업과정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불가피하게 증가했다. 보험사가 신계약을 늘리면 그에 비례해 준비금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가 적게는 8.1%에서 많게는 63.4%인 것으로 나온다. 6개사 평균은 41.8%로 계산된다. 손해보험사는 최소 17.9%에서 최대 98.8%이며, 7개사 평균이 53.7%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워낙에 큰 탓에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것인데, 상위권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 수치로 나올 정도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088350)과
현대해상(001450)은 지난 1분기 기준 배당가능이익 추정치가 대규모 마이너스였다.
다수 보험사 기본자본 K-ICS 미흡…발행 가능은 일부뿐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이 부각되는 이유는 자본 가운데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예고한 기본자본 K-ICS 비율은 보완자본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자본만 다룬다.
2023년 IFRS17 체계 이후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즉 후순위사채나 스텝업(Step-up) 조항이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모두 보완자본에 적용됐다. 보완자본 성격의 채권은 보험업계서 그동안 충분히 많이 발행해 왔고, K-ICS 비율 권고치도 150%에서 130%로 완화됨에 따라 그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기본자본 K-ICS 비율의 경우 기준치가 50%~70% 정도로 언급되는데 다수 보험사가 미달인 상태다. 1분기 기준 50%를 밑도는 보험사로 현대해상(47%), 푸본현대생명(37%), iM라이프생명(12%), 롯데손해보험(-16%), 하나손해보험(38%) 등이 있다. 50%를 넘지만 70%보다 아래인 곳은 한화생명(65%),
동양생명(082640)(57%), DB생명(56%), KDB생명(61%), 흥국화재(55%) 등이다.
기본자본 확충 필요성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정작 이들 보험사 가운데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배당가능이익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요건상 탈락이다.
발행이 가능한 보험사는 1호를 내놨던 DB손해보험 외에 메리츠화재 정도다.
삼성화재(000810)나
삼성생명(032830), 교보생명 등도 있지만 이들 보험사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이 100% 이상으로 워낙 높은 탓에 발행 필요성이 떨어진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배당가능이익을 고려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가능한 보험사는 소수에 불과하다”라면서 “기본자본 K-ICS 비율이 낮은 회사의 자본 확충 수요가 클 것이나, 발행 사례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IFRS17 도입 이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5년 조기상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당 채권은 K-ICS 경과 규정에 따라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조기상환을 하면 기본자본이 그만큼 감소한다. 올해 만기가 예고된 건은 9월 동양생명 3482억원, 11월 메리츠화재 1050억원이다.
설용진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IFRS17 전환 시점에서 경과조치에 따라 기본자본으로 인정된 기발행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라면서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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