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교황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WYD)가 오는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립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로, 교황과 청년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최대 100만명의 청년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WYD가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대규모 국제 행사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이에 ‘잼버리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뉴스토마토>는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의미를 짚고 2년여 남은 행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는 지난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세계적인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젊은이의 교황’이라 불리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청년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세계 젊은이의 날’을 선포했고, 이날을 기념하는 축제가 WYD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WYD는 다른 국제 행사와 달리 청년이 주인공이고, 대회 준비 과정에서도 청년들의 참여가 활발합니다.
2027년 서울 WYD를 준비하는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천주교 신자들 중) 젊은 세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노령화되는 상황에서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교회 쇄신의 중요한 희망을 발견했다”며 “젊은이를 어떻게 환대해야 할지 모르던 성인 세대와 함께 오래된 전통과 유산을 가진 교회가 젊은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그들과의 만남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모인 청년들은 종교 행사 외에도 기후와 전쟁, 빈곤, 평화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토론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역대 WYD를 봐도 청년들은 시대와 지역을 관통하는 평화와 상생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WYD는 군사정권이 무너진 이후 독재에서 막 벗어난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1년 폴란드 체스토초바 대회에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청년들이 만나 화합의 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울 대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전 세계 청년들이 교황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YD)의 행사 진행 모습. (사진=뉴시스)
사회적인 영향력도 컸습니다. 미국 콜라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1993년 대회에는 끔찍한 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해 여름에만 74명이 총기 사건으로 사망하는 일들이 일어났고, 지역사회는 폭력 사태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습니다. 이 때문에 8월 WYD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당시 75만여명의 청년들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평화를 외쳤습니다. 이 대회는 개신교 나라인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이후 무슬림 등의 종교 다양성이 널리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됩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됐던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선 전 세계 청년들이 빈곤 극복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대회 기간 중 국제 청년 포럼을 통해 가난을 비롯해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토론의 자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겁니다. 마닐라의 루네타공원에서 열린 대회 폐막 미사에는 400만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운집해 교황이 참석한 대회의 최대 인파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도 올랐습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인 조재연 신부는 “미국과 필리핀은 WYD 준비·실행 과정을 통해 형성된 젊은이들의 전국적 연대 조직과 청소년·청년 사목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차원의 대규모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 그 장을 통해 전국의 젊은이들과 청소년·청년 사목자들이 상호 간의 우정과 연대감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했다. 이처럼 관계를 기반으로 한 전국 조직이 지속됨으로써 전국적인 연대는 더욱 튼튼해져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WYD에 참석하는 교황 방문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습니다. 서울 대회에 레오 14세 교황이 방한하면 요한 바오로 2세(1984년, 1989년)와 프란체스코(2014년) 교황에 이어 역대 4번째 방한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남다른 관심을 표하며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1996년부터는 해마다 북한에 구호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이 레오 14세 교황의 일반 알현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란체스코 교황 역시 남북한 화해를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를 촉구했고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이 세계청년대회 개최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관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014년 방한 당시엔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인간의 고통 앞에 기계적인 중립은 없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도 지난 5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 중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면담한 바 있습니다.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는 “교황은 종교를 떠나 국제적으로 강한 리더십과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교황의 메시지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며 “역대 세계청년대회를 통한 청년과 우리 사회에 대한 메시지들도 개최 지역을 넘어 세계에 큰 울림을 남겼다. 2027년 서울에서 교황이 내는 메시지도 많은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대회는 특히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이웃 종교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대화와 협력의 무대로 확장될 수 있다”며 “종교가 다르더라도 기후위기와 전쟁, 불평등 같은 문제들에 대한 선의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걸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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