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이노베이션, 35조원 순차입금 폭증…유동성 '레드라인'
글로벌 신용평가사 사실상 '투기등급' 분류
35조원 넘는 순차입금에 자본 확충 '사활'
자산 매각보다 수익성 개선 더 중요 평가
2025-08-29 06:00:00 2025-08-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6일 16: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대규모 자본 확충에 매달리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부문마저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전사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고, 순차입금은 35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의 신용 등급을 ‘AA(안정적)’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며 유동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SK)
 
상반기 4622억원 적자…정유·화학도 흔들려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46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5789억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적자 전환이다. 정유부문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과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로 4000억원대 적자를 냈고, 석유화학 부문 역시 PX·올레핀 마진 약세에 발목을 잡혔다. 배터리 부문도 4000억원대 손실을 이어가면서 전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특히 배터리 부문은 지난 한 해 동안에도 1조127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전년(-580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의 공급과잉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SK온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SK온은 최근 3년간 연평균 9조5000억원에 달하는 CAPEX(자본적지출)를 집행하며 공격적으로 증설해 왔다. 특히 배터리 부문의 생산능력(CAPA)은 2020년 30GWh에서 지난해 말 110GWh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192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 속도에 비해 실적은 부진했다. 신규 공장 초기 수율 문제에 더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대형 전지에 집중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전방 수요 둔화로 당분간 저조한 수익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9월부터는 미국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이후 실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순차입금 35조원 돌파…재무부담 ‘경고등’
 
이처럼 현금창출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배터리 투자와 SK E&S 합병에 따른 차입금 이관 탓에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35.5조원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도 올 2분기 기준 202.6%로 최소한의 적정 기준(부채비율 200% 이하)을 넘어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IR 해외 신용등급 정보에 따르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1(부정적)’, ‘BBB-(부정적)’로 각각 평가해 사실상 ‘하이일드(투기등급)’로 분류했다. 실제 달러화 채권 발행 시 SK이노베이션의 요구 금리는 7% 이상으로 뛰며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회사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진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 4.3조원,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을 통한 자본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1.5조원 이상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자본조달을 통해 약 3조원 가량을 연내 추가로 조달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비핵심자산 매각은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한 에틸렌아클릴산(EAA) 및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부문과 2020년 프랑스 이케마로부터 사들인 폴리올레핀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자산은 현지 화학사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다우케미칼과 아케마 등에 각각 4767억원, 4400억원씩을 투입해 해당 자산을 인수한 바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SK이노베이션 측에 해당 자산들의 매각가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자본 확충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통해 단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신용등급 방어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올 상반기 15.7배로 급등해 해당 지표의 등급 하향 검토 요건인 ‘4배 이상’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3000억원 규모의 자본 조달을 위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회사는 3000억원 전액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환 예정인 채무 상환 자금은 빌린 지 3개월도 안 된 차입금으로 각각 지난 6월16일 빌린 1000억원, 7월14일 빌린 2000억원이다. 각각 만기는 내년 3월16일, 4월4일이다. 빌린 지 얼마 안 된 차입금을 또다시 빚을 내 상환하고 있는 모양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