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개인이 창출하는 정보가 돈이 되는 인포파이(InfoFi)가 웹3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포파이란 정보(Information)와 금융(Finance)을 결합한 개념으로 정보를 금융자산처럼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웹3 업계에서는 이 개념이 단순 정보성 콘텐츠 보상 모델을 넘어 프로젝트의 마케팅·데이터 예산이 개인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정보금융화 2.0' 시대를 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세대 탈중앙화 인포파이 플랫폼으로 진화해온 정보 플랫폼 보상 구조를 보여준다. (이미지=디지털애셋)
인포파이는 전통 중앙화 플랫폼의 정보성 콘텐츠 보상 모델과 기존 1세대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플랫폼의 보상 모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습니다. 통상 중앙화 플랫폼에서는 기업이 제작한 정보성 자료에서 이윤이 발생합니다. 인플루언서 및 미디어가 기업이 제작한 자료를 공유하고, 그 대가로 기업에서 보상을 받는 형태입니다. 이때 기업은 트래픽, 광고 노출량 등의 기준에 따라 인플루언서와 미디어에게 현금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웹3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앙화 플랫폼 보상 모델에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기업이 선택하는 미디어나 인플루언서가 이익을 독점하게 되는 탓에 개인들은 정보 공유에 동참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체 발행 코인, 이용자에 보상
이 때문에 웹3 업계에서 모든 이용자들이 정보 공유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탈중앙화 정보 플랫폼을 만드는 시도가 일어났습니다. 이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등장한 블록체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팀잇입니다. 스팀잇에서는 플랫폼에서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정보를 공유한 이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보상은 자체 코인을 보유한 이용자들이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이용자에게 ‘보팅(Voting)’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보팅이란 스팀잇 자체 코인 보유자가 전통 SNS의 ‘좋아요’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용자의 게시글에 투표를 해서 보상을 분배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러한 스팀잇의 정보 보상 모델은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체 코인을 많이 보유한 이용자가 커뮤니티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들에 의해 정보의 질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 코인 보상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계정을 무수히 만들어 한 줄짜리 의미 없는 글에 집단 보팅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분배 코인 규모 이용자에 공개
인포파이는 이러한 1세대 탈중앙화 정보 플랫폼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인포파이 보상 모델에서는 우선 기업 등의 프로젝트들이 플랫폼에 일정량의 코인을 분배합니다. 이후 인포파이 플랫폼이 각 프로젝트들의 코인 분배 현황을 웹페이지에 올려 이용자들에게 알립니다. 이때 이용자들이 각 프로젝트와 관련한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인공지능(AI)이 이용자가 올린 정보의 질을 파악하고 기여도에 따라 특정 프로젝트의 자체 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팀잇. (사진=스팀잇)
대표적인 인포파이 플랫폼 카이토에서는 이용자가 가상자산에 대한 데이터, 뉴스 등을 정리해서 공유하거나 분석글을 올리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합니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올린 정보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과거 1세대 탈중앙화 정보 플랫폼에서는 정보의 가치 판단을 자체 코인 보유자가 했습니다. 특히 많은 이용자들이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자체 코인을 많이 가진 보유자가 좋다고 판단하면 그것이 좋은 정보가 됐기 때문에 명백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포파이 플랫폼에서는 정보 가치를 AI가 판단하기 때문에 사람이 주관적으로 정보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받습니다.
정보 ‘생산-검증-보상’ 순환 구조
인포파이 플랫폼은 또 단순 보상뿐 아니라, 정보 검증 및 신뢰도 스테이킹 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포파이 플랫폼 인튜이션에서는 이용자가 자체 코인 TRUST(인튜이션)를 맡기고 (스테이킹) 정보를 공유한 뒤 나중에 정보가 사실로 확인될 때 보상이 지급됩니다. 정보가 진실에 가까울수록 금융적 가치가 높아지는 신뢰의 금융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웹3 업계 관계자들은 인포파이가 발전하면 기존 1세대 탈중앙화 플랫폼의 정보금융화 모델을 뛰어넘는 정보금융화 2.0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이와 관련해 “인포파이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단순 코인 발행보다는 어떤 정보가 신뢰를 얻고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화두가 됐다”며 “인포파이를 통해 ‘정보의 생산-검증-보상’이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연결되는 실험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포파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먼저 특정 정보에 대한 AI의 가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주요 인포파이 플랫폼들은 AI의 정보 가치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준이 공개됐을 때 기준을 악용하는 이용자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많은 유튜버들이 유튜브의 알고리즘 기반 동영상 추천 기준을 궁금해하지만, 유튜브가 알고리즘 악용을 우려해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준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AI로부터 양질의 정보를 인정받는 것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공개돼야 전체 정보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정교한 보상 구조 만들어야"
둘째로 인포파이가 기존 정보 보상 플랫폼 대비 차별점이 있지만, 여전히 그 과실이 소수에게 돌아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통상 주요 인포파이 플랫폼들의 AI는 이용자의 X(전 트위터) 계정을 기반으로 정보를 파악하는데 X 인플루언서들이 생산하는 정보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인포파이도 아직까지 정보 그 자체에 100%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의 영향력을 본다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대부분의 인포파이 보상은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코인에서 나온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성격이 짙은 정보를 공유해야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인포파이에선 깊이 있는 정보보다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정보의 보상이 더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종우 언디파인드랩스 공동 창업자는 “인포파이가 지속 가능하려면 깊이 있는 정보에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용자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정보 보상 구조가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인포파이가 비로소 정보금융화 2.0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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