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 후폭풍...거세지는 '청년부담론'
한동훈, "모수개혁안, 86세대 꿀 빨고 청년세대 독박"
홍준표, 페이스북에서 '모수개혁안 찬성글' 삭제
2030세대 반발 의식해 사실상 의견 철회 해석
여야 3040의원, 국민연금 개혁 반대…“미래세대에 부담”
2025-03-23 15:27:46 2025-03-23 15:27:46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열린 “시대를 바꾸자, 개헌”을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보수진영 잠룡들이 일명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정안에 잇달아 반대 의사를 표하는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연금 개정안에 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일단 받아들이고 구조개혁에 나서자"던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청년층의 우려를 의식해 의견을 철회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거부권, 이럴 때 쓰는 겁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개정안대로면 (보험료율이) 올라가기 전 돈을 내면 바로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로 돈을 낼 청년세대는 줄어들고 돈을 받을 노년층이 늘어나니 지금보다 돈을 더 내야 국민연금이 파탄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는 돈'(보험료율)을 늘리겠다는 거다"라면서 "단,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기만 한다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안은 '내는 돈'뿐 아니라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올렸다"며 "심지어 '내는 돈'은 8년간 천천히, '받는 돈'은 즉시 올렸다"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20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연금 개정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해 13%까지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현행 40%에서 43%로 바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렇게 청년세대에 독박씌우는 개정을 해놓고,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쁜 이 대표는 부끄럽지 않나"고 적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는 "엉터리 자화자찬에 부화뇌동해서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한다'는 홍 시장이야 말로 안타깝다"며 "그런 분들은 청년세대가 이해 못할 대단한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가르치려 들지만, 단언컨대 그런 깊은 뜻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서 연금개혁안 반대 입장을 향해 "모처럼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이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안타깝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모수개혁은 첫 출발이 아닌가. 그 다음은 구조개혁으로 가서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모수개혁도 오랜 진통 끝에 나온 것이다. 그건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홍 시장이 개설한 소통채널 ‘청년의 꿈’ 등에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2030 세대 여론과 지지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홍 시장은 "알았다"며 관련 글을 SNS에서 삭제했습니다. 사실상 기존의 모수개혁안 찬성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연금개혁안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는 가운데, 3040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으로 국민연금 개정안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김용태·김재섭·우재준 국민의힘, 이소영·장철민·전용기 민주당, 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 표결에서 모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청년 의원들은 국민연금 모수 조정에 관해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며 "세대 간 불균형은 더 커지게 됐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청년 의원들은 국회 평균 연령이 57세인 점을 언급하면서 "국회 연금특위 구성에서부터 30대와 40대 의원들이 과반이 되도록 하고, 특위 인원도 20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한 재정 투입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년 의원들은 "국민연금 기금에 투입되는 재정지원액은 공단운영비 명목의 100억원 수준으로 국가 재정의 0.0015%도 안 된다"며 "당장 내년부터 연간 1조원 정도의 규모라도 국고투입을 시작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어 "첫걸음으로 '연금소득세' 징수액 총액을 국민연금에 자동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 좋겠다"며 "연금 수급자들이 내는 이 돈을 현재는 매년 쓰고 없애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후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에 적립하게 되면 세대간 형평성을 높이는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년 의원들은 "앞으로도 정파를 떠나 더 나은 연금개혁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대안들을 제시해나가겠다"며 "당장 표가 적다고, 정치적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청소년과 청년들의 목소리가 무시되지 않도록, 저희가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다만, 소속 정당이 다른 청년 의원들은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게 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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