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김치코인, 시장과 따로 논다
2025-03-24 14:31:35 2025-03-24 14:31:35
(사진=뉴시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치코인' 일부가 급등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는 지표들이 나오면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졌는데요. 25일 토마토Pick에서는 최근 일부 국내 가상자산들의 유동성이 확대된 배경과 그 위험성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대장주 비트·이더 약세 
24일 오전 10시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BTC)은 전 거래일 대비 0.30% 하락한 1억2600만원 선에서 거래 됐습니다.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ETH) 역시 0.74% 하락한 293만8000원에 머물렀는데요. 이는 연초 대비 BTC는 15% 이상, ETH는 30% 이상 빠진 수치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전반이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이 꼽힙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중국도 보복 조치 예고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흔들렸는데요. 관세 부과 조치가 확대되면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김치코인 수상한 움직임
그러나 일부 김치코인들이 시장 분위기와는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김치코인이란 발행자가 국내업체이거나 국내 거래소에서 대부분의 물량이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말하는데요. 지난 17일 옵저버(OBSR)는 장중 2.6원에서 4.7원까지 80% 급등했으며 메디블록(MED)도 9.7원에서 15원까지 50% 이상 올랐습니다. 18일에는 아르고(Aergo)가 99원에서 140원까지, 20일에는 지티엑스(ZTX)가 3.3원에서 6.12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같은 '급등 코인'들의 공통점은 시가총액이 작아 특정 세력이 시세조종을 하기 용이하다는 점인데요. 이들 대부분은 며칠, 짧으면 수 분 내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음전했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피해는 오로지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실체 없거나 경계가 모호
문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마다 김치코인 등 특정 알트코인이 시장을 주도해왔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김치코인들의 순환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하지만 김치코인 대다수는 실체가 없거나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가상자산 평가 플랫폼 애피와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 107개중 우수·양호 등급을 받은 자산은 24개에 그쳤습니다. 당시 우수 등급을 받은 가상자산은 카이아(KAIA)가 유일했는데요. 반면 해외코인의 평가 점수는 대체로 높았습니다. 대장주 BTC, ETH를 포함한 총 412개의 해외코인이 국내에서 거래 중이며 이중 380개 코인이 우수·양호 등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김치프리미엄 되레 감소
일부 김치코인들의 유동성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은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4일 오전 기준 BTC, ETH, 엑스알피(구 리플) 등 주요 가상자산의 김치프리미엄은 0.70%대에 머물렀습니다. 김치프리미엄이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보통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증가할 때 발생하는데요.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도입 기대감으로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을 당시(약 8%)와 비교하면 지금의 김치프리미엄은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김치프리미엄의 축소는 국내 매수세의 약화 또는 글로벌 시세 대비 국내 가격의 약세를 의미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 전체가 아닌 특정 김치코인에만 공급되는 유동성은 경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K코인 대장주 '상폐 검토'
입지 줄어드는 김치코인 
이런 상황에서 한때 시가총액 약 4조원에 이르렀던 김치코인계 대장주 '위믹스(WEMIX)'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점은 K코인의 입지를 더욱 좁혔습니다. 지난달 발행사 위메이드는 해킹사태에 휘말려 약 90억원 규모의 위믹스를 도난당했는데요. 해킹으로 유출된 위믹스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대부분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 상장 폐지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위믹스는 2022년 말 유통량 위반 등으로 상장 페지된 뒤 1년 만인 2023년 말에 다시 거래소로 올라갔지만 이번 사건으로 두 번째 상폐 위기에 몰렸습니다.
 
"규제마련 필요" 목소리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세미나'에서 "우리는 그동안 불투명한 시장 운영과 제도적 미비로 인해 투자자 보호가 취약한 구조를 방치했다"며 "일부 프로젝트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소에 상장됐고, 투자자들은 사전 정보 없이 '설거지 코인'에 희생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는데요.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도 "유럽의 미카(MiCA) 규제, 일본의 통합 상폐기준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 정부도 거래소 간 협력과 리스크 관리를 강제할 법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 것인데요.
현재 업계에서는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로 이루어진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출범하고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을 논의하는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도가 하루 빨리 최종 목표인 '투자자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장 내 K코인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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