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이 5년 만에 70만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와 이자·교육비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입니다. 경제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 가계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내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흑자액은 65만8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돈으로, 가계 여윳돈을 뜻합니다.
2019년 4분기 당시 65만3000원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만8000원 줄었습니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3분위 가구 흑자액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으나 코로나19 유행 시기가 끝나면서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2분기부터는 3분기 내내 줄며 감소 폭도 커졌습니다.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구간별로는 2분위와 4분위, 초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는 작년 4분기 흑자액이 늘었습니다. 반면, 최빈층인 1분위 가구는 작년 4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 6개 분기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중산층의 여윳돈이 쪼그라든 원인으로는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과 취·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습니다. 비소비지출은 지출 규모가 커도 쉽게 줄일 수 없는 지출로, 월세 등 주거비나 세금, 대출 이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서의 포모(FOMO·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 심리와 사교육비 부담 등에 짓눌린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작년 4분기 3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습니다. 가계 소득·지출 통계를 함께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이자 비용은 10만8000원으로 1.2% 늘며, 10만원대를 넘어섰습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내는 세금인 비경상조세(5만5000원)가 지난해보다 5배 가까이(491.8%) 증가한 점이 가구 여윳돈을 줄인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교육비 지출은 14만5000원으로 13.2% 늘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 폭이 0.4%인 것과 비교했을 때 유독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경제·사회계층 사다리의 '허리'인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은 흔히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척도로 여겨집니다. 중산층 가구의 빠듯한 살림살이가 앞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분위 가구는 자가 점유 비율이 50%를 넘고 교육비 지출도 고소득층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계층"이라며 "이들 계층의 여윳돈 감소는 내수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개 월급을 받는 중산층의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고물가로 필수지출 금액이 늘어나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 소득은 늘었는데, 중산층 가구의 흑자액이 줄었다면 인플레 영향으로 보인다. 고물가 상황으로 커진 지출을 소득이 반영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물가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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