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데려오는 게 쉬우면 버리는 것도 쉬워집니다. 내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서 평생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자기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레인보우쉼터'는 사단법인 코리안독스가 운영하는 동물 보호소입니다. 이곳엔 개농장, 번식장 등에서 학대받았던 동물들이 극적으로 구조돼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유기 동물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동물 보호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김복희 대표는 "동물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을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 제도적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매년 8월 세 번째 토요일은 국제동물권리협회(ISAR)에서 정한 '세계 유기동물의 날'입니다. 유실·유기 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름 휴가철에 동물의 복지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지난 1992년 지정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0일 올해 세계 유기동물의 날을 맞아 레인보우쉼터에서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20일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레인보우쉼터에서 강아지를 안고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동물 보호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는데, 내가 키우는 아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유기견을 보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15년 전 개인 봉사자로 동물 보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모임이 생겼고 그 모임으로 유기 동물이나 동물 학대에 관한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수의사가 운영하는 불법 번식장을 발견해 구조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구조한 개들을 전문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2016년에 비영리 시민단체인 코리안독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레인보우쉼터에 있는 동물들은 주로 어떤 환경에 있던 아이들인가요.
여기 보호소에 현재 350마리 정도가 있습니다. 개가 대부분이고, 고양이도 있습니다. 350마리가 가운데 번식장에서 구조한 아이들이 반을 차지하고,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도 반 정도 됩니다. 또 개농장에서 구조한 애들도 한 50마리 있습니다. 우리 보호소 앞에 개를 묶어놓고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해외로 입양을 보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게 거절돼 펫숍에서 동물을 샀다는 사람도 있던데요. 유기 동물 보호소의 입양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동물을 돈 주고 사는 게 제일 쉽게 입양하는 방법일 겁니다. 그런데 보호소에서 입양을 거절을 당한 경우라면 그 사람이 동물을 키울 조건이 안 됐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반려인이 집을 오래 비우거나 혼자 살고 경제적인 능력도 안 된다면, 그런 곳으로 보내진 동물은 또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입양이 쉬우면 쉽게 버려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가족이 생기는 일인데 입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코리안독스의 입양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입양을 신청하면 레인보우쉼터에 불러 봉사를 세 번 하게 합니다. 동물과 서로 교감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동물을 입양할 자격이 될까 셀프 체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임시보호도 맡깁니다. (입양 희망자는) 임시 보호를 통해 동물을 입양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겁니다. 우리도 임시 보호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고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레인보우쉼터엔 350마리의 동물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대로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등 동물을 쉽게 데려올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펫숍은 예쁘고 어린 동물을 진열해놨습니다. 사람들이 동물을 쉽게 사도록 만듭니다. 사람들은 동물에게 어떤 유전적 질환이 있는지, 성격이 어떤지 알지 못한 채 예쁘고 귀여운 것만 보고 구매합니다. 그러다 개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교육할 생각은 하지 않고 파양, 즉 바로 버립니다. 그 동물은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아침에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입양 전 교육을 의무화하면 좋겠습니다. 교육을 받아서 자격이 되는 사람만 입양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쉬운 입양'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개가 귀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개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해마다 유기견이 10만마리 이상 발생하는 가운데 개를 계속 태어나게 하는 게 과연 축복일까 의문입니다. 유기견을 양산하는 일을 하는 게 바로 번식장입니다. 번식장에서 개들을 계속 대량생산 하고 있습니다. 이걸 또 부추기는 게 경매장입니다. 경매장이 없어져야 무분별한 생산도 없어질 것입니다. 어린 개를 사고 싶은 소비자는 직접 전문 번식업자에게 가서 사면 됩니다. 그러면 유전병 있는 애들을 마구잡이로 교배하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또 번식장 환경도 깨끗하게 관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전문 번식업자만 남아 번식장 숫자도 확 줄어들 것이고 결국에 펫숍은 없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서 평생 말 그대로 반려 할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겁니다. 봉사를 통해 직접 아이들을 만나보면 자기가 정말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본인을 먼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경기 용인=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