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검찰이 길고양이를 무단 포획해 갯벌에서 익사시킨 사건에 대해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동물을 포획하는 행위'라고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를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무단 포획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을 인정한 국내 첫 사례입니다.
지난 21일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 7월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전남 광양시에서 길고양이를 무단으로 포획한 후 죽음에 이르게 한 A씨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수사 기록만으로 벌금형을 처분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길고양이를 무단 포획해, 포획틀에 가둔 채 갯벌에 방치해 익사하게 했습니다. A씨는 과거에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 "이주방사(移住放飼: 한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을 포획 후 다른 지역에 방사하는 행위)가 캣맘 퇴치에 최고라는데, 님 반응을 보니 맞는 말이네요. 이주방사 계속 진행시킵니다", "고양이 새퀴 이주방사합니다"와 같은 글을 남기며 길고양이와 돌봄 봉사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4월22일 광양시 명당공원 갯벌 위에서 시민에 의해 발견된 포획틀 속 고양이 사체.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카라는 시민의 제보를 통해 광양 갯벌 사건의 실상을 파악하고, 4월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를 결정했습니다. 검찰이 A씨의 행위를 동물보호법 제10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3항 3호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한 행위'로 인정한 겁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 3항엔 "누구든지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또는 피학대동물 중 소유자 등을 알 수 없는 동물에 대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는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소 선례를 남긴 점도 의미가 있다"며 "법원 판단까지 나온다면, 길고양이를 학대하려는 사람에게 섣불리 (학대)했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는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를 고발한 카라는 "길고양이 무단 포획 행위에 대해 포획이 '죽일 목적이라는 증거'가 있는 경우 포획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며 "고양이의 생태 특징을 모르고 무지로 인해 포획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주방사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어서 길고양이 무단 포획 방사 금지법 통과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카라가 언급한 길고양이 무단 포획 방사 금지법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해당 법안은 소유자 등을 알 수 없는 동물을 포획해 기존의 활동 영역을 현저히 벗어난 장소에 유기·방사하는 행위를 명시적인 동물 학대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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