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조기선거…지구촌 곳곳 '몸살'
2025-03-25 14:17:13 2025-03-25 14:17:13
지난해 4월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의 부암1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년은 전세계 76개국에서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였습니다. 약 42억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한 2024년은 세계 정세의 큰 변곡점이 됐습니다. 해가 바뀐 2025년에도 전세계에서 투표는 계속되는데요. 지난해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부득이하게 또 선거를 치른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요.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왜 또 선거를 치르는 것일까요? 토마토Pick이 '또 선거의 해'가 된 2025년 세계 정국을 진단했습니다.
 
‘러시아 선거 개입 정황’
대선 다시 치르는 루마니아
지난해 11월 대선을 치른 루마니아는 5월 재차 선거를 치르는데요. 당시 무소속 출마한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5월 재선거가 결정됐습니다.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제오르제스쿠 후보 본인도 재차 선거에 출마하겠단 의지가 강한 상황인데요. 루마니아 선관위는 그의 재선거 출마를 불허해 사실상 요원해진 실정입니다. 설령 선관위 결정이 번복되더라도 헌법 질서 위반 및 선동, 파시스트 조직 가입, 선거 자금 관련 허위 기재 등 6개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격변 겪은 독일, 극우 약진
올해 상반기에서 가장 주목된 선거는 독일 조기 총선이었습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해 11월 경제정책을 두고 이견이 갈린 자유민주당(FDP) 소속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을 해임했고, 이로 인해 신호등 연정이 붕괴했습니다. 그 후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가 진행됐고,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되면서 2월 조기 총선이 치러졌습니다. 조기 총선에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약 28.5%의 득표율로 승리했습니다. 또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0.8%로 전체 2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죠. 집권당이던 사회민주당(SPD)은 약 16.4%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민자 문제, 성장률 정체 등 독일의 경제·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된 선거였는데요. 특히 극우정당 AfD의 득세는 독일의 민심이 정치권에 크게 분노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입니다. 메르츠 신임 총리가 이끌 독일 정부는 AfD와의 연정은 없을 것이라 일찌감치 선을 그었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정치문제는 EU 전체 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향방이 주목됩니다.
 
선거가 연례행사?
포르투갈도 또 총선
독일에서 이변이 일어났다면, 포르투갈은 또 악재를 겪게 됐습니다. 마르셀로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인데요. 이번 조기 총선은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가 가족 비리 의혹으로 불신임을 받게 돼 이뤄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18일 총선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최근 3년 사이 벌써 세 번째 총선입니다. 안토니우 코스타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 몬테네그루 총리의 비리 의혹 등 연이은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혼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위기의 캐나다, 조기 총선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위기를 맞은 캐나다도 4월 조기 총선을 실시합니다. 캐나다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5년부터 약 9년간 국정을 이끌어 왔는데요. 2021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소수 정부로 국정을 운영했지만,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한 유권자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결국 야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사의를 밝혔죠. 캐나다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과 관세 압박으로 인한 위기를 맞은 상황인데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우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다음 총선은 ‘어느 당이 트럼프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을지’의 믿음을 주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정부 실패, 결국 '또 선거'로
캐나다와 독일, 포르투갈은 정부가 연이어 정책에 실패하거나 수뇌부가 국민적인 실망감을 안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지지율로 반영됐고 조기 선거가 치러지는 결과로 이어졌죠. 루마니아의 경우 사례가 다르지만 논란의 인물 제오르제스쿠의 지지율이 40%를 넘기는 등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큰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재는 탄핵 이야기가 다소 잠잠해졌지만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비슷한 위기를 겪은 바 있고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도 '또 선거'를 치르는 국가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되고, 이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만 남은 시점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부정적 지표만 치솟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이미 심리적 내전 상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엄혹한 상황인데요. 우리나라도 조기 선거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요? 현재로선 조기 대선이 사회적 혼란과 심리적 내전을 극복할 유일한 방안으로 보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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