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직무 복귀 이틀째를 맞은 25일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과 상설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재탄핵'을 언급하면서 한 대행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반면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 임명과 상설 특별검사 추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사실상 '내란 방탄'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87일 만 국정 복귀…화약고에 '입 꾹'
한 권한대행은 이날 복귀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그는 먼저 "여러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모두 국민 여러분 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생 복귀와 외교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최근 협의를 통해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인 3000명대로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의대생의 복귀를 호소한 것입니다.
이어 미국발 통상전쟁과 산불 진화 예방 등 당면 현안을 점검해 국무위원들에게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소명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통상전쟁으로부터 국익을 확보해 국회와 협치를 통해 당면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라며 "저부터 미국발 관세 폭풍을 헤쳐 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며, 목전에 닥친 민생 위기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서 일부 현안 문제만 언급할 뿐, 헌재의 다수 재판관이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마 후보자 임명에 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여당에서는 마 후보자 임명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마 후보자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지명해 통보한 것이라 여전히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대로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세 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가 최상목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26일째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써 헌법수호란 중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파면되지 않았다고 위법 사유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재탄핵'을 언급하며 압박했습니다.
탄핵 기각됐지만…'상설특검' 등 정국 불씨 여전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한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지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국회로 공을 넘겼습니다. 더불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위원회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해야 하는 행정적 절차마저 미뤘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국회에서 넘어온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다시 국회로 돌리는 것은 현직 대통령도 권한이 없는 행위이자 '삼권 분립' 침해 소지라며 비판했습니다. 이 밖에도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공조수사본부 등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시도를 수차례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시간만 지연시켰는데요.
당시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에 명시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내세우며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때 직무가 정지된 윤씨 대신 한 총리가 책임자가 됐으나,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내란 사태의 방탄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야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있다며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탄핵한 주요 사유는 △'채해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 △12·3 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한 것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힌 것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한 것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 등 다섯 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한 권한대행 탄핵을 기각했지만, 재판관 8명 중 5명이 마 후보자 임명 거부는 위헌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90일째 표류 중인 마 후보자 임명은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입니다. 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과 '김건희 상설특검'은 본회의를 통과한 지 각각 106일과 6일째를 맞고 있는데요. 야당이 추천한 특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으면 사실상 거부권과 같은 효과를 낳게 됩니다. 곳곳에 남은 불씨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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