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손 뗀 64조 알래스카 사업…거세지는 '한국 동참' 압박
개발부터 안정적 판매까지…트럼프 국정과제 '알래스카 LNG'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자본잠식' 가스공사 떠맡을 듯
2025-03-24 17:16:48 2025-03-24 17:16:4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정부·기업을 상대로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세일즈에 나섭니다. 일본의 관심 표명에 이어 대만이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이 받는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입니다. 투자 비용은 최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르는데 경제성은 불투명해 중국도 철수한 사업입니다. 
 
마이크 던비리 주지사(왼쪽 2번째)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 관계자, 대만 CPC(중유공사), 정부 관계자가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던비리 주지사 '엑스' 계정)
 
한국, 세계 3위 'LNG 수입국'…대만 참여에 '눈치'만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24~25일 한국을 방문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통상·에너지 당국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 등을 협의합니다. 지난 20일 던비리 주지사의 대만 방문에서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가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한 직후입니다. 
 
앞서 일본 정부도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방미 때 알래스카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 의향을 밝혔습니다. 큰 사업 리스크에도 일본·대만이 참여 의사를 내비치는 건 이 사업 참여가 트럼프정부와의 관계 형성에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정부의 '국정과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 개발 사업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유지해 온 '알래스카 광업시설 설치 규제' 해제에 나섰는데요.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의 82%에 대해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부지 임대를 허용하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콕 집어 언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일본 등이 각각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는데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만의 사업 참여를 언급하며 "한국·일본·태국 등 다른 주요 파트너와도 비슷한 성과를 기대한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업 투자에 우리나라를 정면 압박하고 있는 건 한국(11.3%)이 중국(17.6%)과 일본(16.5%)에 이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2023년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국 자금으로 오랫동안 진척되지 못한 프로젝트를 재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한국에 막대한 양의 LNG를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알래스카 푸르도베이의 유전 시설. (EPA=연합뉴스)
 
가스공사, '부채 47조'인데…재원도 사업성도 '미지수'
 
문제는 이 사업이 대규모 리스크가 동반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지역보다 2~3배 높은 사업비에 북극 혹한을 뚫고 1300㎞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하는데요. 사업성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아시아 지역 수요 감소, 세계 공급량 증가로 LNG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더 떨어지는 수순입니다.
 
앞서 세계 최대 정유사인 엑손모빌을 포함해 다수 글로벌 회사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했지만 불투명한 사업성, 막대한 개발 비용, 유가·천연가스 가격 하락 등으로 철수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켄지는 이 프로젝트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중국도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몰아붙이자 '미 알래스카주와 알래스카 LNG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협정(JDA)'을 체결하며 430억달러(약 63조원)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예고 없이 알래스카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도 2019년 사업에서 발을 뺐습니다. 
 
정부는 미국 측과 실무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권력공백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에선 한국이 참여한다면 경제성 부담에 가스공사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국내 수입 물량의 80%가량을 가스공사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46조8432억원에 달하는 부채(지난해 말 연결기준)와 누적 미수금은 14조476억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민간에 공급하는 도시가스 판매 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돈으로, 실질적으로는 영업손실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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