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1조원이 넘는 부채와 하루 11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을 감당하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입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 (사진=코레일)
소비자물가 24.2% 오를 동안…KTX 운임 '그대로'
한 사장은 25일 대전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적어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꼭 개선돼야 한다"며 "KTX가 도입될 당시 첫 차량인 'KTX-1' 교체 사업과 안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근 4년간 50% 이상 상승한 전기요금 부담과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의 영향으로 재무건전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코레일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한 차례도 열차 운임을 인상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4.2%, 수도권전철은 56%, 서울 시내버스는 67%, 택시 기본요금은 100% 올랐는데요. 코레일은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운임으로 열차를 운영하면서 영업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특히 전기요금이 문제입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거듭 오르면서, 열차 대부분이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산업 특성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코레일이 납부한 전기료는 △2022년 4272억원 △2023년 5329억원 △2024년 579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의 전력사용량은 국내 기업 중 9위(2023년 기준)로 지난해 영업비용 중 8.7%가 전기요금입니다.
하루 이자만 '11억'…"운임 인상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 불가"
이에 따라 코레일 부채비율은 265%에 달합니다. 21조가량의 누적 부채 때문에 하루 이자만 11억원꼴인데요. 한 사장은 "노후화된 KTX 차량을 교체하려면 오는 2027년엔 발주해야 2033~34년쯤에 대체 가능하다"며 "5조원 내외 자금이 필요한데, 코레일이 전액 부담하면 부채비율 400%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코레일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올해 하반기 17% 운임 인상률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이 경우 KTX 서울~부산 일반석 요금은 현재 5만9800원에서 6만9900원 이상으로 오릅니다.
철도 운임은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상한을 고시하면 코레일이 최종 결정합니다. 코레일은 탄핵 정국 등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정부와 논의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인데요. 그러나 정부가 운임 인상을 소폭이라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KTX 교체 사업 비용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성 면에서 재무건전성에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